“9·11 사태 당일 주식을 몽땅 `질러`버리고 집에 가서 TV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빌딩을 들이박더니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더군요. 이 때가 주식 운용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시기입니다.”
이홍재 알바트로스투자자문 공동대표(47·사진)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2001년 9월 11일은 뉴욕 월가의 상징이었던 세계무역센터가 항공기 테러에 의해 붕괴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초토화됐던 날이다. 당시 펀드매니저였던 이 대표로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객들의 투자자금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 사정은 이랬다.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팀장으로 일하던 때였어요. 그 즈음 단기 경기사이클은 바닥권에 머물고 있었고 장기 사이클은 올라가는 국면이어서 유심히 지켜보던 끝에 펀드 내 주식비중을 99.9%까지 늘렸습니다. 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던 거죠.”
평소 같았다면 이 대표의 뜻대로 주가가 움직였을지 모르지만, 운이 안 좋았다. 바로 다음 날 증시가 미국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전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이 대표가 이끌던 운용팀의 자금 운용 규모가 1조5000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이틀 만에 손실액이 수천억원에 달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 당시 조영제 한국투자신탁 사장의 격려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 조 사장은 “9·11 테러를 단발성 이벤트로 볼 것인지 판단하고, 역투자 전략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며 이 대표의 심적 부담을 줄여줬다고 한다. 역투자 전략이란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일 때 오히려 싼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결국 이 대표는 손실을 그대로 쥐고 가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지수는 27거래일 만에 사태 이전 수준(541.49포인트)으로 회복했고, 이듬해 초에는 900선까지 치솟으며 수익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되돌린 역발상의 시각은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맥쿼리IMM자산운용을 거쳐 2010년 7월 알바트로스투자자문에 합류, 창업자인 김희병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아 회사를 키워나갔다. 김 대표가 마케팅 및 경영 부문을 총괄했고 이 대표는 주식운용 부문을 담당했다. 비록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두 대표는 회사 성장에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알바트로스투자자문의 성적은 날로 좋아졌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급락장세 속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지난해 8~9월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 한파가 여의도 증권가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대표는 `절대 수익 추구`와 `남들과의 차별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창립 때부터 다른 자문사와 성격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장이 좋으면 수익률이 올라가고 장이 나빠지면 수익률도 떨어지는 게 자문사들의 일반적 성격이지만, 저희는 시장 움직임과 상관없이 절대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것을 목표로 했죠.”
실제 알바트로스의 자문형 랩은 지난 하반기(6개월) 급등락 장세 속에서도 4.7%의 수익률(A증권사 기준)을 기록, 코스피(-11.0%)는 물론 대부분의 자문사 수익률을 크게 앞질렀다. 다른 자문사들이 잘나가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중심으로 압축 투자한 데 반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채권, 대체투자(AI)를 섞어가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게 주효했다.
“당시 장단기 경기사이클 상 차화정 같은 경기민감주들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IT부품주, 바이오주 등 중소형주 위주로 접근했습니다. 또 주식 비중을 80~90% 수준에서 30%까지 줄이고 채권을 기반으로 여러 전략을 세웠던 게 잘 맞아 떨어졌어요.”
헤지펀드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운용 규모가 작아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하진 못하지만, 펀드 형식으로 롱쇼트, CTA, 글로벌 매크로 등 다양한 헤지펀드 운용 전략을 구사해 투자자에게 어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알바트로스의 수탁고는 2008억원 정도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도 자문사에게 힘든 장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유럽 위기 탓에 금융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자문사들이 활약을 하기엔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투자자들에게 알바트로스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각오다.
“금융 리스크가 확대되더라도 시장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는 국면이 아니라면 오히려 기회가 많다고 봐요. 시장이 불안할 경우 지수는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종목 차별화는 심해질 수 있기에 좋은 종목을 선정해 투자할 생각입니다. 자산 배분과 시장 대응을 적극적으로 해서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을 관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 He is…
△1964년 출생 △영등포고 △서강대 경영학과-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9년 한국투자신탁 입사 △2002년 맥쿼리IMM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 △2007년 ES크리에이터즈 대표이사 △2010년 알바트로스투자자문 공동대표(현)
[황의영 기자, 매일경제]

